조해진 여름을 지나가다/단순한 진심

2015년에 나온 여름을 지나가다. 2020년 민음사가 다시 펴냈다.
그리고 2019년 나온 단순한 진심.

단순한 진심을 먼저 읽고 여름을 지나가다를 읽었다.
입양과 이름에 관한 이야기. 결국에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철로에서 버려진 채로 발견된 프랑스로 입양을 가게 된 여성.
익숙하게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입양아로서의 그녀의 삶. 그리고 그녀가 태생적으로 지녀야할 상처, 트라우마.
이야기는 임신한 채로 다큐를 찍고자 한국에 온 그녀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그리고 거기에는 치유가 있다.
입양된 것이, 부모에게 그리고, 자신을 돌봐준 사람에게 버림받은 것이 근본적으로 치료가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그녀는 기관사가 지어준 한국 이름. 문주의 의미를 찾아나서면서 그리고 그 기관사가 낳은 딸의 이름이 문경. 그러니까 문자 돌림이라는 걸 알게되면서,
자신이 철길에 버려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어머니의 손을 놓고 잃어버린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과정까지.
그 과정에서 연희를 만나면서 그녀가 해주는 음식에서 위로를 받는 과정.
또 연희를 돌보면서 그녀가 입양보낸 복희와 연락을 주고 받고 연희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책에는 이름을 자신이 담긴 공간(?) 이라고 표현한 문장이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문주는 그 이름의 뜻을 궁금해하고 또 역의 이름이 어떤 뜻인지 헤아려본다.

여름을 지나가다
아 지독하다 이 여름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신분을 위조해야 하는 수호
회계법인에 다니지만 약혼자와 파혼하고 부동산 중개인으로 지내게 되는 민.
그리고 그 아버지 목수가 낸 이제는 망해버린 가구점. 그곳을 번갈아 찾아가면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
두 사람의 짧은 연대.
쇼핑몰 옥상에서 놀이공원을 꾸렸던 그녀.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네..
그녀의 돈을 ATM에서 인출해 달아났던 수호.
여름 한철 재개발 예정된 주택의 할머니와 그래고 아래층에 사는 장애인.(?)을 돌봐주고 수호에게 손길을 내밀었던 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두에게 고단했던 이 여름.

책에서
-고등학생 때였고 수는 싫어하는 수학 수업을 듣고 있었다. 턱을 괸 채 운동장을 건너다보고 있는데 조명이 꺼지듯 갑자기 어둠이 내리면서 운동장엔 잿빛 먼지만 나부끼기 시작했다. 수는 창밖의 운동장이 육신을 잃은 영혼들의 대합실 같다는 상념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해도, 온 생애에 걸쳐 두고두고 회상할 엄청난 경험을 하고 돌아와도, 결국엔 저렇게 황량한 곳이 생의 최종 목적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자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대하는 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루를 살다가 다음 날이 되면 미련이나 고통없이 그 지나간 하루를 인생의 총합에서 마이너스하는 것, 사는 게 그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서 여행작가니 여행 가이드 같은 허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쉽게 읽어내려갔는데... 음. 감상을 적어내려니 이번은 쉽지 않네 후.
 

by 상콤마녀 | 2020/08/15 22:15 | 끄적끄적보고또듣고 | 트랙백 | 덧글(0)

작은 것들의 신/아룬다티 로이

작은 것들의 신.
2020년 7월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작은 것들은 무엇이고, 또 그들의 신은 무엇일까 하고.
 그렇지만 역시 쉽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감상을 끄적이는 지금까지도 작은 것들은 또, 신은 모르겠다는 생각 뿐이니까.
 쉽게 읽히지 않는다.
글이 아름다운 이유는 은유가 가득 담기고, 언어 유희가 넘치고, 시적인 표현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난데없이. 리듬을 타면서.
비극의 예감보다 한발 더 나아간 확신
그래서 마음이 자주 서늘해졌다.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인생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자신의 그림자 발자국조차 지워야 하는.
사실이었지만 믿기 힘든 현실이 책에는 적혀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불가촉천민. 접촉해서는 안되는 천한 사람. 그런 뜻풀이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그곳의 현실이 말이다.
카스트 제도의 비극도 있고 여성이기에 겪을 수 밖에 없는 비극도 있다. 

깨져버린 사랑의 법칙. 너무 참혹한 결말. 가장 슬펐던 장면은 에스타와 라헬이 유치장에서 죽어가는 벨루타를 나중에는 쌍둥이 형이 맞았다고 말하는 장면.
모르지 않았겠지만.
서른하나
늙지도 않은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그래서 책의 마지막 챕터의 제목의 '삶의 대가' 였다.
살아가는 것이기에 겪게 되는 것. 사랑하게 되었기에 겪게되는.  


-책에서
이런 표현들이 너무 좋았다.

밤은 맑지만 나태와 음울한 기대가 배어 있다.(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이 책에 반한 것 같다. 10페이지도 읽지 않고서 말이다)
밤이 팔꿈치를 물위에 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하늘에 큼직하게 걸린 창백한 낮달이 그들을 따라 왔다.
라헬의 암무가 그녀를 조금 덜 사랑했다.
유난히 등에 털이 빽빽한 차가운 나방 한마리가 가볍게 라헬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나방의 얼음 같은 다리가 닿자 소름이 돋았다.
라헬의 부주의한 마음에 여섯 개의 소름이 돋았다.



-덧붙이는 말.
다른 소설도 보고 싶단 생각을 했는데 지난 2월에 2번째 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지복의 성자'
부커상 수상작인데 그래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도 작가라서
줌파 라히리의 책도 떠올랐다.
'축복받은 집' '그저 좋은 사람'을 재미있게 봤다. '이름 뒤에 숨은 사랑'도 읽어보고 싶다.  

by 상콤마녀 | 2020/08/01 22:10 | 트랙백 | 덧글(0)

잠자긴 전 해야할 10가지

잠자리 들기전 10가지
  1. wrap up the day 하루를 정리한다 -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되새김질 과정. 오늘 잘한것과 반성할 것은 무엇인지 곱씹는 것
  2. read books - 책을 읽는다. 
  3. Spend quality time with family and friends - 가족과 친구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4. Plan and get ready for the next day - 내일을 계획하고 준비하다. top priority(우선순위)를 매우 명확하게 하고 바로 그 다음날 아침부터 착수한다.
  5. unplug from the world - 세상의 혼잡함, 복잡함으로부터 잠시 멀어지는 것. 핸드폰을 꺼두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거나 등 짧더라도 온전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6. meditation 명상 잠시 눈을 감고 깊숙히 심호흡을 몇번 반복하는 것. 나쁜 에너지를 뱉어내고, 좋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
  7. Envision tomorrow - 내일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상상하는 것. 
  8. write down accomplishment for the day - 오늘 달성한 것을 적는 것
  9. Get things done (아직 남을 것을 확실히 끝내는 것) 오늘 계획한 것을 다 해내는 것은 내일 게획한 것을 다 해내는데 큰 원동력,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10. Get enough sleep 충분한 잠을 자는 것. 

공지영
-원래 생각은 끝까지 하고 나면 절대로 복잡하지 않다. 생각이 복잡해 보이는 건 그것이 생각의 도중에 있을 때 아직 문제만 열거되었을 때 그러는 거거든.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여놓고 나면 의외로 단순해져. 

#1. Stop spending time with wrong people. - Life is too short to spend time with people who suck the happiness out of you. If someone wants you in their life, they'll make room for you. You shouldn't have to fight for spot. Never, ever insist yourself to someone who continuously overlooks your worth. And remember, it's not the people that stand by your side when you're at your best, but the ones who stand beside you when you're at your worst that are your true friends. 

by 상콤마녀 | 2015/03/01 15:08 | 영감혹은용기를주는 | 트랙백 | 덧글(0)

임경선 소녀성

임경선 소녀성
1. 투덜대지 않는다. 
2. 무의미한 얘기를 시끄럽게 떠들지 않는다.
3.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4. 남욕을 뒤에서 하지 않는다. 하려면 앞에서 한다 
5. 장신구나 화장품에 큰 돈을 들이지 않는다.
6. 티비 대신 책을 읽는다.
7. 내가 더 상처받더라도 마음이 헤픈 쪽을 택한다.
8. 내 안에 있는 좋은 부분을 극대화시킨다.
9. 새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아듣는다. 

by 상콤마녀 | 2015/03/01 15:08 | 트랙백 | 덧글(0)

Amour, 2012

I would call it a love or life.
삶은 결코 친절하지 않으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영화는 보는 내내 관객을 몇번이고 무너지게 만든다
안느가 처음으로 잠깐의 기억을 잃었을 때,
그리고 그런 안느를 어렵게 그녀의 남편인 조르주가 돌보는 5초간의 장면을 통해,
안느의 간호사가 그녀를 거칠게 다룰때,
그녀가 아프다는 단말마같은 비명을 계속 내지를 때,

그런데 영화는 또 그렇게 무너지려는 관객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을 무너뜨리고 눈물을 쏟게 만들어 그저 무지막지하게 슬픈 이야기였다는 어쩌면 싸구려로 끝나버릴 수 있는 감상만 남기지 않으려는 듯이 말이다.
눈물이 왈칵하고 터지는 순간 영화는 다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이것은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당신의 눈을 감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신형철이 영화에 대해 쓴 감상평을 먼저 읽었고, 그리고 최근 어느 노부부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이었다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 기여할 배경음악을 삽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작정 관객들을 울게 하지 않고,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조르주는 하루 종일 간호사가 안느의 곁에 있지 않는 동안에는 내내 그녀를 돌봤겠지만
오직 손에 꼽을 정도의 숫자로만 그가 안느를 돌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 5초는 참혹할 정도로 느리고 또 고통스럽다
그가 그런 삶을 얼마나 감당해낼 수 있을지 관객들은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안느를 돌보는 조르주는 이처럼 성숙한 사람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합리적이고 따뜻하고 경계를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안느를 사랑하는 남편이며, 좀처럼 평정을 잃지 않으며 그녀를 그 사랑으로 보듬는 사람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와 그의 딸 에바가 마주하는 장면을 통해
또 두 사람이 전화통화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누구도, 가장 가까울 수 있는 딸마저도 이 부부의 고통을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프게 보여준다.
조르주는 에바에게 내가 너의 섭섭한 마음, 너의 걱정스러운 마음까지 보살펴야 하느냐고 되묻고,
안느를 더 힘들게 할 뿐인 그녀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으려 안느가 자고 있는 방의 문을 잠근다.
조르주에게 안느가 힘들고 그녀를 돌봐야하는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하는 처지에서는 자신의 딸은, 아마도 안느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자신의 딸은 사실은 그저 타인일 뿐인다.
그리고 그 사실은 아프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기도 하다 

안느는 영화 내내 자신의 삶의 주인이길,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자신이길 바란다
그러나 죽음은 혹은 병듦, 늙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고 가차없이 그녀를 몰아붙인다.
그녀의 아름다웠을 삶들의 기억들은 이제 이런 고통 속에서 그녀에게 더는 아름다운 기억같은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삶이 가져다주는 모욕 뿐이며 그것을 막으려고 몸부림칠수록 그 모욕들은 그런 그녀를 비웃듯 그녀를 더욱 비참하게 할 뿐이다.
그녀의 제자의 방문이 반갑지 않은 것도, 우편으로 보내진 CD를 들으며 그녀에게 보내진 제자의 걱정이 달갑지 않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조르주가 안느의 숨을 끊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르주는 안느의 고통에 공감하는 듯 하지만 안느가 원하는 것을 해줄 용기가 없다.
무엇이 안느에게 좋은 것인지도 헷갈려했을 그일 것이다.
안느는 말을 점점 잃어가며 중간중간, it was nice나 life is beautiful, but it's long 따위의 알듯말듯한 말을 한다.
it was nice는 안느가 조르주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처럼 들린다.
그런 그녀는 이내 말하는 것을 거의 잊고 이제 아프다'는 비명을 질러댄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녀 앞에서 조르주는 침착하게 어렸을 적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캠프에 갔던 이야기.
자신은 그곳에 적응하지 못했고, 그저 고통이었으며 디프테리아에 걸렸고,
결국 엄마에게 자신의 고통을 전하는 엽서를 보냈다고.
나는 이 장면을 그저 조르주가 안느를 진정시키기 위해 꺼낸 이야기이며,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조금은 진정했을 그 순간
조르주는 그 일을 실행한 것이라고 봤다.
자신이 어렸을 적 느꼈던 고통이 지금 안느가 느끼고 있을 그런 고통과 공감의 고리를 만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놀라서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제 안느를 떠나보낸 조르주에게 삶은 무의미하게 보여진다
그리고 영화 속 내내 안느와 조르주의 집을 들락날락 거리며 조르주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비둘기는.
조르주는 비둘기가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불안해하며 서둘러 쫓아낸다.
그러나 안느가 죽고 난 후 그는 비둘기를 잡으려고 시도한다
조금 불가능해보일 것 같았던 시도는 성공하고 그는 담요로 비둘기를 끌어안는다
거기에서 조르주는 조금은 평화로웠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가장 마음 아팠던 장면은
이제 사랑을 잃고 의미 따위를 잃어버린 조르주를 보는 일이다
그는 안느를 위해 꽃을 사고 장례식 비슷한 것을 치른다
그리고 안느의 환영이 나타나고 조르주는 그녀를 따라 집을 나선다
아마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환상이기에 가장 완벽한 결말일 수 밖에 없던 이 장면 앞에서
나는 또 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대중문화전문지 롤링스톤은 'just two people offering each other total commitment'라고 썼고, 나는 이런 평가에 격하게 공공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by 상콤마녀 | 2015/02/17 06:37 | 끄적끄적보고또듣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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